한국토지주택공사
사 장 이 지 송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 경제적 모습, 즉 승자독식의 자본주의가 아닌 인간의 얼굴을 갖춘 따듯한 자본주의 모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위기가 오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 등 가구 구성 변화에 맞는 복지 수요 증대,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문제 해결 등 삶의 방식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성장의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최근에는 국가와 시장만이 아닌 시민사회 영역에서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활사업이나 사회적기업을 통한 사회서비스 창출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이러한 분야에서 우리 공사는 여러 경로로 함께 사업을 도모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05년부터 인천 삼산 영구임대단지 내 상가의 임대료를 할인하여 사회적 기업에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1년 12월 말 현재 상가 103호를 사회적기업 등 65개 업체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LH는 우리 사회 환경의 새로운 흐름을 보게 되었습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여러 주체들이 다양한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 등 많은 사회적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입니다.
우리 공사가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예전 단순한 주거공간의 공급 차원을 넘어 주거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된 시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공사에서 사회공헌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 놀이터 리모델링 사업」이나 「생태아파트 만들기 사업」의 내용도 모두 이러한 사회적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임대단지의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방안을 구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는 다름 아닌 임대단지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주민의 필요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주민 자치 프로그램과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임대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LH 마을형사회적기업」 설립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고용노동부 지원기관인 (재)함께일하는재단과 협력하에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을 통해 임대단지 주민들이 마을의 염원과 필요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간의 신뢰를 구축하여 협동적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2010년 시흥 능곡 휴먼시아의 「자연마을사람들」 등 3개 단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12개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중 대구 율하의 「동구행복네트워크」는 대구광역시 예비 사회적기업에 선정되어 웰빙 도시락 사업과 문화사업 그리고 아동 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자극받은 주민스스로가 새로운 상상력을 덧붙여 주민 공동 매장과 장애인도 함께 할 수 있는 카페를 열기도 했습니다. 또 청주 성화·가경지구의 마을형사회적기업 「함께 사는 우리」는 주민교육· 문화 공동체 형성을 기업의 목표로 상정하여 그 지역의 모든 단지에 도서관과 공부방, 지역아동센터의 설치를 위해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간의 확보와 설비를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올바른 시민으로 커나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12개지역의 마을형사회적기업에서 일일 평균 2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계층 2,400여명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편 흥미로운 점은 LH마을형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 주체 모두가 주민 협동조합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여야 만장일치로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어 이번 달 초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협동에 대한 가치나 경험이 부족하지만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조합원 공통의 경제적·사회적 목적을 실현해 나가는 자율적 결사체」라는 의미를 주민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기 시작한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또 하나의 사회적 경제활동 사업은 「임대단지 공부방 지원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공공임대단지의 주민공동시설 중 비어 있는 공간에 주민의 욕구를 반영해 공부방 시설을 조성해 주는 사업입니다. 공부방을 고려하게 된 이유는 주민 공동시설 내에 노인정이나 어린이집 같은 법정 시설은 갖춰져 있으나 아동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됩니다. 현재 전국에 22개소의 공부방이 설립되어 주민들의 참여하에 착실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교사 고용은 44명, 참여 아동은 467명에 이르고 85명의 자원 봉사자가 돕고 있습니다. 공부방의 프로그램은 학습지원, 건강 및 생활지원,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임대단지 내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사의 이러한 활동들은 단순한 주거공간 제공을 넘어 주거복지의 향상과 주민 공동체를 활성화함으로써 마을을 복원하고 행복한 임대단지를 만들어 가는 또다른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공사는 전국의 대규모 임대단지를 중심으로 마을형사회적기업을 지속적으로 설립하여 입주민이 필요로 하는 사회적 일자리를 늘리고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우리 공사는 마을형사회적기업을 지원해 온 그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임대단지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드리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사회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경영을 넘어 사회통합(CSI Corporate Social Integrated)경영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