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적경제신문 기자 |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전통 제조 방법이 단절된 전통 인공 안료인 ‘동록(銅綠)’의 복원 성공과 제조 기술 민간 이전에 이어, 해당 안료를 올해 10월부터 보물 '춘천 청평사 회전문' 단청 공사에 사용함으로써 실제 국가유산수리 현장에 최초로 적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동록은 조선시대 궁궐과 사찰 등 전통 건축물의 단청, 벽화, 불화 등에 사용된 대표적인 녹색 안료로, 연잎처럼 짙은 녹색을 띠어 ‘하엽(荷葉)’이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근대 이후 화학안료의 도입과 함께 제조기술 등 명맥이 끊긴 상황이었다.
이에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고문헌과 현장에 남아 있는 전통 단청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현 연구를 실시하여, 전통 하엽색을 내는 동록 안료가 천연 광물에서 기원한 것이 아닌, 구리 또는 청동 부식물을 가공하여 인공적으로 만든 안료임을 밝혔고, 전통 제법으로 동록 안료를 과학적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복원 연구로 확보한 동록 안료의 전통 제법을 2023년 6월 국유특허로 등록한 이후, 2024년 7월에 국내 전통안료 제조업체인 ㈜가일전통안료와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하여 제조기술을 이전했다. 기술 이전 이후에는 ㈜가일전통안료에 동록 안료 생산 시험(파일럿) 라인 구축과 함께 현장 기술 지도를 실시하고, 안료 품질의 최적화를 위한 품질분석 등을 지원했다.
이 결과 국유특허 기술을 활용한 동록 안료 1종이 올해 3월 상품으로 출시됐으며, 10월부터는 국가유산청에서 추진하는 ‘전통 단청 적용 시범사업’ 대상인 보물 '춘천 청평사 회전문' 단청 공사에 처음으로 적용하고 있다.
'춘천 청평사 회전문'은 조선시대 중기 건축역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사역 내 유일한 국가지정 문화유산이지만, 과거 여러 차례의 보수공사 과정에서 단청 문양의 원형을 잃은 상태이다.
현재 일제강점기 유리건판 사진과 기존 단청에 남아 있는 문양을 고증하여 '춘천 청평사 회전문' 단청의 문양 원형을 재현하는 공사 중으로, 창건 당시 단청이 녹청색 위주의 16세기 양식인 점을 고려하여 공사에는 동록을 비롯한 석청, 석록 등이 주된 안료로 사용된다.
현장 시공을 맡은 주광관 단청장 이수자(서울특별시 무형유산)는 “동록 안료는 전통의 깊은 색감을 완벽히 재현할 뿐 아니라 단청 작업 시 발림성이 좋고 내구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성과는 전통 안료의 복원(4년)부터 실제 생산(3년)에 이르기까지 총 7년에 걸친 꾸준한 노력의 결실로, 100여 년 동안 단절됐던 전통 기술과 재료를 복원하여 산업화 모델로 정착시키고, 다시 문화유산 현장에 되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앞으로도 전통 재료의 복원과 품질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국가유산 수리 복원 현장에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여 우리 문화유산의 품격을 계승하고 국민이 전통기술의 가치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뉴스출처 : 국가유산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