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기업가치 1조 이상 ‘유니콘기업’ 육성…우수중견기업 10곳에 700억 지원
일자리 창출 기업에 보증한도 확대…사회적 가치·성장가능성 등도 평가에 포함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700억원을 투입한다. 우수한 창업기업 10곳에 최장 8년 동안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성장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연구개발과 산업혁신은 고부가가치인 까닭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불필요한 규제, 높은 위험도 등의 제약 때문에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가 척박하다. 실제 우리나라 유니콘기업은 8개,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신보는 ‘혁신아이콘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스타트업에 대한 민간투자를 끌어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우선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적극 부담하기 위해 보증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창업한 지 2년 이상 10년 이하 기업 중 우수중견기업이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 10곳을 혁신아이콘기업으로 선정한다. 기업당 지원액은 최대 70억원이다. 또 전담조직을 통해 최대 8년간 성장단계별 지원을 제공한다. 보증연계투자는 물론 컨설팅, 판로개척, 민간투자 유치 연계 등 맞춤형 밀착서비스도 제공한다.
12월까지 혁신금융 정착을 위한 ‘신(新) 미래성장성평가시스템’도 구축한다. 재무적 성장(양적성장)을 예측하고, 성장잠재력(질적성장)을 측정해 보증심사 때 반영할 방침이다. 혁신역량 및 사회적 가치도 평가에 포함되게 되어, 신용도가 낮은 영세·창업기업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영세·창업기업의 재무제표 추정모델을 마련하고 다양한 재무비율을 활용한 재무 이상치 판별지표도 개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보가 보유한 기업 관련 정보를 민간에 개방해 동반성장 구조를 마련한다. 신보가 보유 중인 기업원천 정보를 2020년까지 핀테크 기업 등 민간에 개방하기 위해 데이터뱅크를 운영한다. 신보는 이를 통해 신용정보회사(CB), 은행, 기업이 동반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오는 2021년에는 디지털 기반 플랫폼을 구축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기업 투·융자, 성장컨설팅, 보증 등의 업무에서 고객 편의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일자리 중심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 역량평기 보증심사 체계도 갖출 예정이다. 고용증가수준, 이직률 등 정량평가와 평균근속기간, 복리후생 등을 평가해 보증심사 때 반영한다는 것이다. 업력 3년 이상, 상시종업원 10명 이상 신성장동력산업 영위 기업이 우선 평가대상이 된다. 고용창출 능력과 고용의 질이 우수한 기업에게는 보증한도를 확대하고, 심사방법 및 전결권을 완화한다. 이달 중 일부 대상기업에 시범 운용한 뒤 성과분석을 통해 체계를 고도화하고 내년부터 대상기업을 확대한다.
제조업 외 문화체육·복지·안전 등 생활 SOC(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보증공급 비중도 늘려 2021년 10% 수준까지 확대한다. 앞서 신보는 지난 3월 문체부로부터 문화산업완성보증 운용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올 하반기 중 150억원을 지원, 뮤지컬 등 문화상품 제작사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부담하는 채무를 신보가 보증해줄 계획이다.
사회적경제기업 지원 또한 활성화한다. 오는 2022년까지 총 5000억원의 보증을 공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을 개발한다. ‘임팩트 프로젝트 보증’과 ‘소셜벤처 보증’ 등 신상품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회생기업에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소기업 밸류업’을 통해 컨설팅부터 협약은행 채무조정, 매출채권보험 우대 적용 등을 지원한다. 회생기업에 대해서는 현행 30% 이상이었던 현금변제율을 인수·합병(M&A)기업 15% 이상, 일반회생기업 25% 이상으로 낮춘다.
윤대희 신보 이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전국 영업점과 현장을 돌아보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러 기업인들의 말을 들었다. 신보가 선도적 정책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기업의 도전과 성장에 힘이 되는 동반자가 신보의 뉴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ksen@ksen.co.kr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