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해” 서울시가 싹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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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 731억 투입해 품격 있는 삶 지원

저소득 독립유공자 후손에 매달 20만원씩 지급

학업 우수한 후손에게 1인당 300만원씩 장학금

“떨어져 있어도 오랫동안 ‘내 나라’를 그리워했어요. 2013년에서야 국적을 회복하고 정착금 4500만원을 받았는데 마땅한 거처가 지하방 밖에 없더라고요. 습기도 눅눅해서 이불도 다 젖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은 집에서 살고 싶어서 임대주택을 신청했는데 번번이 떨어져서 낙심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지인 분의 배려 덕택에 더부살이하면서 봉사활동도 다니면서 살고 있어요. 감사하지요. 아버지의 공로와 주위 사람들과 단체의 도움 덕택에 항상 감사하며 다른 분들도 돕고자 합니다.”(양승만 선생 딸 양옥모씨)

“그동안 저는 공공근로 같은 일도 하고 다른 집 아이들도 돌보면서 살았어요. 솔직히 힘들다고 느낄 겨를이 없을 정도로 힘들게 살았어요. 그러다 2015년부터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을 뒤늦게 나마 받게 됐어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독립운동에 힘을 쏟은 분들의 후손이 복을 받아 나라에 감사하는 세상이 됐으면 해요.” (오하영 선생 외손녀 현종명씨)

깊은 애국심과 남다른 사명감으로 독립에 헌신했던 투사들. 그들의 아름다운 희생 덕에 대한민국은 아시아 변방의 이름없는 국가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국가로 우뚝 섰지만 후손들의 삶은 팍팍하다. 가족의 안위를 뒤로 한 까닭에 많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더욱이 해외에 거주하는 후손들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잃고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전체 독립유공자는 총 1만5454명, 이 가운데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은 1만7000여명(3대손까지)으로 추산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생존 독립유공자도 10명으로, 평균연령은 95세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의 생활 수준은 빈곤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74.2%)이 월 소득 200만 원에 못 미쳤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시가 광복74주년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시는 2012년 지자체 최초로 독립유공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훈수당을 4개로 확대한 바 있다. 2022년까지 731억의 예산을 투입,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이 생활 안정을 넘어 경쟁력을 갖추고 품위있는 삶을 살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생활이 어려운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게 매달 20만원씩 ‘생활지원수당’을 지급한다. 시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기준 중위소득 70% 이하인 3300여 가구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거 안정을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 특별공급을 확대한다. 당초 내년 입주예정인 고덕강일, 위례 지구 건설물량의 10%인 366호를 공급하기로 한 데 더해 178호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한 지원책도 내놨다. 한강공원 매점, 지하철 승강장 매점 등 서울시 공공시설의 운영사업자를 성정할 때에도 독립유공자 후손 등을 우선대상으로 수의계약을 추진한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독립유공자 후손이 수의계약을 맺고, 여의도 한강공원 내 매점 2곳을 운영 중이다. 향후 계약이 만료되는 임대점포 중 일부에 대해 독립유공자 후손과 추가로 수의계약 체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독립유공자 후손 맞춤형 취‧창업 지원도 강화한다. 창업을 하는 후손들에게는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취업을 원할 경우엔 취업지원기관에서 1대일 멘토링, 취업특강 등을 지원한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명예와 자부심을 가지도록 장학금과 탐방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독립유공자 4~5대손 대학생(서울 거주)을 대상으로 한 ‘독립유공장학금’을 신설해 내년 3월부터 연간 100명에게 1인당 300만원씩 지원한다.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해 선조의 명예를 이어가는 토대를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후손들이 참여하는 ‘해외독립운동 뿌리 찾기’ 사업을 통해 상해, 만주, 미국 등지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했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고 후손으로서의 자부심도 고취시킬 수 있도록 한다.

독립유공자와 후손의 예우 강화를 위한 공공요금 감면, 위문금 확대 지급도 추진한다. 독립유공자 본인과 유족(선순위자 1인)에게 상‧하수도 요금(10㎥)과 서울시 공영주차장 총 136곳의 주차료 80%를 감면한다. 이번 광복절부터 ‘독립유공자 위문금’ 지급대상을 당초 선순위자 1인에서 직계유족 전체(국가보훈처 등록 기준)로 늘린다.

박원순 시장은 “조국독립을 위해 목숨과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 한분 한분의 숭고한 희생으로 잃어버린 국권을 되찾아 대한민국이 건국될 수 있었다”며 “서울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예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변윤재 기자 ksen@k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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