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인증 기준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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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인증기준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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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 진 

가천대학교 

사회적기업과고용관계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은 이제 분명한 하나의 시대적 흐름,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2007년 법령제정 이후 인증기준에 따라 20126월말까지 총 22회에 걸쳐 712개의 사회적기업이 인증되었고, 이중 68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인증된 사회적기업의 유형별 분포를 보면 일자리제공형이 40759.9%, 사회서비스제공형이 527.6%, 혼합형이 11917.5%, 지역사회공헌형이 50.7%, 기타형이 9714.3%으로 나타나 일자리제공형이 압도적이고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기업 설립과 인증추세는 반전의 요소가 등장하지 않는 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우리나라는 사회적기업을 법령에 따라 인증(authentication)하고 있다. 인증기준으로는 7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조직형태, 유급근로자 고용, 사회적 목적 실현, 민주적 의사결정, 영업활동, 정관구비, 상법상 법인인 경우 이윤의 사회적 목적 재투자 등이다. 유럽 사회적기업 연구네트워크인 EMES는 수년간 유럽 각국의 사회적기업을 연구조사한 결과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을 발견하였는데 이는 지속적인 재화와 서비스 생산, 판매, 높은 수준의 자율성, 경제적 위험 감수, 유급근로자 고용, 지역사회의 이익추구, 시민의 자발적 참여, 이해관계자 의사결정 참여, 자본소유와 무관한 의사결정권, 제한적 이윤배분 등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EMES가 제시한 내용은 사회적기업이 갖추어야할 요건이 아니라 일반적 특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각국의 사회적기업은 각기 사회경제적 상황과 환경에 맞게 적용되고 발달되어온 결과이지 결코 표준화된 기준에 의해 생성되고 발전되어온 것이 아닌 것이다. 이 때 고려해야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경제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시민의 자발적이고 자선적이며 연대와 협동에 기반한 사회적 경제 내의 한 모습이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와 정책방향과 접목되면서 특정의 목적과 지향점을 지니며 발달하여 온 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사회적기업의 주된 모습이라 판단된다. 영국의 공동체이익회사, 지역개발트러스트, 매개노동시장조직, 프랑스의 노동통합기업, 이태리의 사회적협동조합, 핀란드의 사회적기업, 벨기에의 재통합기업, 일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필리핀의 PBSP 등 각국의 사회적기업은 저마다 직면한 사회경제환경에 따라 발전하여 왔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된 과제중 하나는 제도화가 진행될 경우 제도적 동형화(institutional isomorphism)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 저마다의 목표와 미션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온 사회적기업들이 특정 형태로 수렴되어간다는 것인제, 우리나라 인증사회적기업의 절대다수가 일자리제공형인 것은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하는 모습이다.


사회적기업을 인증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인증(지정)후 다양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형만 갖춘 채 실질을 저버리고자 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방지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사회적기업을 인증(지정)이 아닌 등록제로 인정하자는 논의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직접적 재정지원을 제외한경기도형 예비사회적기업등록제를 최근 실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정책적 목적에 따라 인증 또는 등록제를 통해 사회적기업을 인정하고 있는데, 예컨대 핀란드의 사회적기업, 벨기에의 재통합기업, 프랑스의 미래계약과 고용연대계약 수행 사회적기업, 영국의 work program 수행 사회적기업 등은 인증제를 적용받고 있다. 특별한 법제를 구비하지 않은 미국에 있어서도 내국세법(IRC, Internal Revenue Code) 501(c)(3)조항에 따라 사회적 목적 수행을 하는 조직으로 인정받아 조세면제를 받고자 하는 영리, 비영리조직들은 B corporation으로 인증 받아야 한다. 결국 인증제는 각국이 당면한 사회경제적 환경 하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에 따라, 또 정책의 방향에 따라 선택가능한 일종의 옵션이 아닐까 사료되어진다.


중요한 것은 현행의 인증기준이 과연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실질을 확인하는 데에 실제적 효과가 있는지 여부가 아닌가 싶다. 현행의 기준은 대체로 신청기업의 외재적 모습에 주목하고 있어 창업자의 사회적기업가정신 보유와 수준, 경영 프로세스, 창조와 혁신의 노력, 경제사회적 성과 창출을 위한 인프라 구비 등이 과연 제대로 구비되어있는지 확인하는 데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인증절차에 일정수준 관계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인증신청 이후 현장실사와 대표자 인터뷰, 심사시 일선담당자의 의견개진, 심사위원의 경험적 판단 등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B corporation으로 인증받는 과정을 보면 신청자는 인증기관인 B – lab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접속, B – impact assessment를 자계식으로 작성한다. 점검항목은 4개의 사업영역(생산, 도매, 서비스, 농업)5개의 기업규모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책임성, 직원처우, 소비자보호, 지역공동체기여, 환경보호 항목이 대분류중분류소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웹상에서 작성하여 제출한 후 현장실사와 인터뷰 등을 거쳐 최종 인증받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각 항목의 질문과 답변에 대한 지표정의가 매우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서 자의성 개입의 여지를 최소화시켰다는 점이다. , 사회적기업의 유형을 일자리형, 서비스형, 지역공헌형 등으로 나누지 않고 다양한 차원에서 사회적 목적 실현을 점검하고 있기에 신청자가 별도 자기 판단 없이 자신의 활동상황만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면 이를 종합해 인증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사회적기업이 등장한지 5년여가 지났다. 이제 양적 성장과 확대라는 외형적 측면 보다는 성장가능성, 사회적기업가정신, 지역사회 기여, 경쟁우위 등 질적 측면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강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에 대한 패러다임의 작은 변화가 필요한 때가 도래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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